배터리 전략이 반도체에서 반복된다
최근 AI 관련주가 흔들리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코어위브 부채 문제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추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언급이 나온다. 단순한 재무 우려 제기였을까. 아니면 훨씬 정교한 공급망 전략의 첫 수였을까.
머스크는 이미 배터리에서 이 전략을 완벽하게 구사한 전례가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그 대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반도체에서 같은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지분이 들어간 AI 클라우드 기업이다. AI 서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높은 부채를 쌓고 있는 구조다. 머스크가 이 부채 문제를 공개 언급하자 시장이 흔들렸다.
AI 서버 투자 사이클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연쇄 효과다. 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코어위브 부채 우려가 퍼지면 AI 인프라 투자 전망이 꺾이고, HBM 수요 전망도 꺾인다.
여기에 최근 마이크론 이슈가 겹친다. 마이크론은 장기 공급 계약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입장에서 한국 업체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마이크론: 장기 계약 가격 수용 → 빅테크 호평
삼성전자·SK하이닉스: 더 높은 가격 요구 → 애플·머스크 불만 표출
결과적으로 한국 업체가 가격을 올리려는 순간, 대안 공급망 카드가 테이블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머스크의 전략을 이해하려면 배터리 역사를 봐야 한다. 패턴이 거의 동일하다.
| 단계 | 배터리 (과거) | 반도체 (현재) |
|---|---|---|
| 1. 첫 파트너 | 파나소닉 (일본) | SK하이닉스·삼성전자 (한국) |
| 2. 가격 상승 → 위기 | 리튬 가격 급등, 배터리 비용 상승 | HBM 가격 협상 결렬 |
| 3. 중국 대안 카드 | CATL 채택 (저가 LFP 배터리) | CXMT 지원·확장 (내년 D램 대폭 증산) |
| 4. 자체생산 선언 | 테슬라 4680 배터리 자체 개발 | 테라팹 설립 — 반도체 자체 생산 추진 |
| 5. 결과 | 한국 배터리 3사 주가 나락 | 진행 중 |
배터리 때와 구조가 똑같다. 기존 파트너와 가격 갈등 → 중국 저가 대안 카드 → 자체 생산 선언으로 시간 벌기 → 기존 파트너 주가 하락. 배터리 3사가 겪은 것을 반도체에서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보다 옵티머스 로봇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로봇에는 D램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목표 생산량
D램 탑재량
대폭 확대 예고
자체 생산 법인
옵티머스 로봇을 수백만 대 생산하려면 지금 당장 안정적이고 저렴한 D램 공급망이 필요하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비용이 급증한다. 배터리 때 CATL을 발굴한 것처럼, 반도체에서는 CXMT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테라팹 자체 생산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공백을 CXMT 확장으로 메우면서 한국 업체들에게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는 구조다. CATL이 배터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CXMT는 반도체에서 그 레버리지다.
그렇다면 CXMT는 실제로 얼마나 따라왔을까. 이것이 "배터리 반복 시나리오"가 그대로 작동할지를 판가름하는 핵심이다.
숫자로 보면 CXMT의 가격 경쟁력은 실재한다. 2026년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9.5%로 마이크론(23.3%)과는 거리가 있지만 4위 업체로 부상했다. 범용 PC·모바일용 D램에서는 한국 업체를 30% 가까이 싼 가격으로 위협하고 있다.
CXMT는 HBM3 시험 생산 중. 한국은 HBM4 양산 중. 2세대 이상 격차.
LFP는 기술 문턱이 낮았다. CATL이 빠르게 품질을 따라잡았고, 테슬라 소비자도 중국산 배터리를 수용했다. 성능 격차가 없었다.
HBM은 적층·TSV·열제어 등 복합 기술이다. EUV 없이는 선단 노드 진입이 제한된다. 업계 추정 격차 4~5년, 단기 대체 불가.
PC·모바일용 범용 D램에서 CXMT는 이미 30% 싸게 공급한다. 삼성전자 범용 사업 수익성은 실제로 압박받는다.
AI·로봇 수요는 배터리 캐즘과 다르다. 파이가 커지는 시장에서 기술력 격차는 결국 방어된다.
정리하면 머스크의 전략은 세 가지다. 코어위브 이슈로 AI 수요 전망을 흐리고, CXMT 확장을 지원해 공급 대안을 만들고, 테라팹으로 장기 자체 생산 레버리지를 확보한다. 이것은 한국 업체를 겨냥한 의도적인 가격 협상 전략이다.
머스크 전략은 배터리 때와 동일하다. 단기 주가 압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CXMT의 HBM 기술 격차는 4~5년이다. CATL이 LFP 배터리를 2~3년 만에 따라잡은 것과 다르다.
범용 D램은 삼성전자 위협, HBM은 SK하이닉스 방어. 두 종목을 같이 놓고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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