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구글이 동시에 선택한 ‘마벨(Marvell)’, AI 랠리의 숨은 주인공인가?

1. 도입부: AI 시대, 모두가 엔비디아를 볼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글로벌 테크 시장의 시선이 온통 엔비디아의 GPU 독주에 쏠려 있는 지금, 정작 이 거인들을 하나로 묶고 데이터의 흐름을 완성하는 ‘연결고리’에 주목하는 이는 드뭅니다.

모두가 화려한 연산 성능을 논할 때, 조용히 AI 인프라의 근간을 장악하며 가파른 성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MRVL)입니다.

엔비디아가 거액을 투자하고 구글이 핵심 파트너십을 타진하는 이 기업이 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조용한 강자’인지, 시장의 흐름과 전략적 가치를 예리하게 짚어보겠습니다.


2. 하드디스크 칩에서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마벨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

마벨의 뿌리는 깊은 기술적 토양에 기반합니다. 1995년 인도네시아 출신 엔지니어 세앗 수타르자(Sehat Sutardja)가 설립한 이 회사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중심’ 기업이었습니다.

창업주인 수타르자는 13살 때 라디오 수리 자격증을 따고 직접 정전기 발생기를 만들 만큼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평생 4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인물입니다.

초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컨트롤러 시장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하던 마벨은 2016년 회계 이슈라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며 창업주 일가가 물러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후 부임한 맷 머피(Matt Murphy) CEO는 마벨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엔지니어가 세우고 비즈니스맨이 키웠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컨슈머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B2B 데이터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정체성을 재정의했습니다.

특히 2021년 인수한 인파이(Inphi)의 전기-광 변환 기술은 현재 마벨이 광통신 시장의 패권을 쥐게 된 결정적인 뿌리가 되었습니다.


3. “구리선을 빛으로”: CPO 기술과 광통신의 미래

AI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의 구리 케이블은 속도 저하, 발열, 전력 소모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습니다.

마벨은 이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인 CPO(Co-Packaged Optics)의 선두주자입니다.

“CPO는 말 그대로 빛을 칩 패키지 안에 같이 넣어 버린 기술입니다.”

기존 방식이 GPU에서 나온 전기 신호를 외부 광모듈로 보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면, CPO는 광모듈을 GPU 패키지 내부에 직접 통합합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구리 케이블 대비 전송 거리를 100배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인수한 셀레스트리얼 AI의 포토닉 패브릭(Photonic Fabric) 기술은 칩 사이를 광 네트워크로 통째로 연결하는 혁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이 기술의 본격적인 매출 기여 시점이 2028년 하반기(FY29)로 전망된다는 점을 중기적 체크포인트로 삼아야 합니다.


4. 엔비디아와 구글 사이의 ‘양다리 전략’: 독보적인 범용성

마벨의 진정한 강점은 특정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성(Versatility)에 있습니다.

  • 엔비디아의 공급망 장악 전략:
    지난 3월, 엔비디아는 광통신 공급망 전체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마벨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NV링크 퓨전(NVLink Fusion)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루멘텀이나 코히어런트 같은 부품사들과 달리, 마벨이 플랫폼 통합 레벨에서 협력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구글과의 커스텀 칩 협력:
    마벨은 현재 구글과 차세대 추론용 TPU 및 메모리 처리 유닛 개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커스텀 칩(ASIC) 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을 보유한 마벨은 60%를 점유한 브로드컴(Broadcom)을 추격하는 유일한 대항마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브로드컴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마벨을 선택하면서 생기는 ‘전략적 레버리지’는 마벨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5. 투자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변동성을 이기는 ‘풀스택’의 힘

투자 관점에서 마벨은 순수 광통신 기업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루멘텀(Lumentum) 같은 기업들이 단일 제품 사이클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것과 달리, 마벨은 광 DSP, 스위치, 스토리지 컨트롤러, DPU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수익 가시성과 밸류에이션:
    현재 데이터 센터 매출 비중이 74%에 달하며, 매 분기 수익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UBS는 마벨의 목표 주가를 120달러에서 190달러로 상향하며 강력한 ‘매수’ 신호를 보냈습니다.

  • 리스크와 변동성:
    마벨의 베타값(Beta)은 1.7~2.3 수준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입니다.

또한 현재 PER(주가수익비율)이 약 55배에 형성되어 있어, 향후 어닝 시즌마다 압도적인 이익 성장(Earnings Momentum)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6. 결론: 마블러스(Marvelous)한 미래를 꿈꾸는가?

마벨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은 ‘놀라운(Marvelous)’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당시 업계의 거물이었던 인텔(Intel), 노벨(Novell)처럼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el’을 붙여 탄생했습니다.

이름처럼 그들은 이제 AI 인프라의 중추를 연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AI 하드웨어 시장이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이익 증명’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모멘텀의 파도에 올라타겠는가, 아니면 생태계 전체를 연결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의 주인’을 선택하겠는가?”

독보적인 기술 해자와 전략적 위치를 점한 마벨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